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대표적인 국제전으로, 2000년 ‘미디어시티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올해 12회를 맞았습니다. 회화, 조각 등으로 상징되는 올드미디어뿐만 아니라 비디오,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예술을 모두 아우르는 전시로, 다양한 형태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들을 한 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사전프로그램인 ‘정거장’이 지난 7월 21일부터 남서울미술관에서 진행 중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프리비엔날레를 주관하는 것은 처음인데, 서울이라는 도시를 다양한 특성의 네트워크이자 매체로 바라보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연장하는 차원에서 전시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특히 ‘정거장’이라는 이름은 남서울미술관을 정거장, 서울 시내 문화 공간 8곳을 위성 정거장으로 삼아 공통된 작품(글림 워커스의 <5MB 리믹스>)으로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걸어온 지난 발자취를 환기하고 내년에 있을 비엔날레를 준비하기 위해 잠깐 머무르는 시간이자 장소라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인 이규철의 <공간과 시지각> 연작 중 일부입니다. 이규철은 ‘구형으로 환원된 공간’이라는 작가적 명제를 사진과 조각의 형태로 발전시켜 고유의 예술적 언어를 만들었던 작가입니다. 그는 사람의 둥근 눈에 맺히는 상은 본래 둥근데, 그동안 우리는 평면의 이미지에서 소실점에 모이는 직선의 납작한 공간으로 세상을 잘못 재현해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공간과 시지각> 연작에서는 사람 눈의 동공을 중심으로 둥글게 보이는 공간과 유사하게 입체적 재현을 시도합니다. 다면체로 이루어진 조각에 맞게 작게 재단된 이미지의 파편들이 입체적인 모자이크가 되어 표면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관람자로 하여금 둥글게 보이는 세상을 마주하고 진실에 가까운 ‘보기’의 세계로 다가가도록 유도합니다.
이규철의 작품은 보고 인지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이끌어 냅니다. 이와 같이 작가들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도시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들이 재현한 세상은 2023년 1월 29일까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