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의 반란’은 건축 요소 및 설계 과정을 담은 팀들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적 현상을 건축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탐구하는 과정, 더 나아가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는데요. 설계 이후에도 계속되는 건축학도들의 행보를 함께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영감을 얻은 컨셉 이미지
저희는 영화 ‘기생충’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위 포스터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영화 속 한 장면과 우리 주변의 상황을 연결시켜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낸 것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유한 주택의 내부를 배경으로 삼고, 그 앞에는 초고층빌딩과 상대적으로 허름한 주택가를 극단적으로 배치시켜 자본주의로부터 비롯된 계급주의사회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를 통해 부에서 비롯된 계급으로 인해 누군가가 소외되고 또 소외될 수 밖에 없는 현상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를 건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소외의 모습을 두고 그들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부제 ‘모두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에 쓰여있는 것처럼 저희 소외의 반란 팀은 우리 모두가 각자 동등한 위치에 서서 서로의 목소리를 내고 또 들어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저희가 본격적으로 ‘소외’라는 개념을 다루기에 앞서 우리 주변의 여러 소외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소외의 여러 모습을 담은 이미지가 보이시나요? 노키즈존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아이들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반지하의 경우에는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이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그들이 제대로 된 거주시설에 머무를 수 없는 소외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또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우리가 당연히 이용하고 있는 여러 시설을 아직까지도 접근이 제한되어 편히 이용할 수 없는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소외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러한 소외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한가지 개념을 도입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밀실’입니다. 해당 개념은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이라는 작품에서 등장하는 소재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이 소외라고 부르는 작은 밀실에 사회 구성원 한명 한명을 밀어넣고 감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치환하여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밀실에서 빠져나오는, 즉 소외의 반란이 필요하고 그것은 곧 넓은 광장으로 나아오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즉 건축적으로 소외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광장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이 광장은 점차 모여 더 큰 광장으로 확장되고 확대될 가능성 또한 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광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희는 ‘단’이라고 하는 한가지 모듈을 그 재료로 설정하고, 이 재료를 조합해 광장을 만들었습니다. 가로 400mm, 세로 150mm, 높이 1200mm에 달하는 작은 직육면체 모델과 그것을 사선으로 가른 형태의 경사 모듈을 가지고 레고를 조립하듯 다양한 모양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몇 개를 가지고 어떤 목적에 따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높이와 면적이 다른 매우 다양한 광장이 만들어지게 되는데요. 결과적으로 위에 보이는 이미지처럼 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면적이 넓어짐에 따라 여러 형태의 광장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사람들은 이 위에 올라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가진 생각과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계단 혹은 피라미드 형태의 계층적 사회구조에서 벗어나 더욱 평등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