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 건축사사무소만의 아이템
‘소소한 재미를 모아 함께 일하는 공간을 만든다’ 라는 콘셉트로 꾸며진 TRU 건축사사무소. 소소한 것들이 모여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고, 그렇기에 곳곳에서 유쾌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레고 장난감으로 만든 메모판, 달이 뜨는 돔 천장, 모형을 감상하는 볼록거울 등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일상의 물건을 사무실의 필수품으로 재치 있게 돌려씁니다. 특히 식당에 있는 물건이 사무실에 있어서 낯선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사무실 공간에 재치와 활력을 주며 직원들과의 소통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식당에서 음식을 담을 때 쓰는 스테인레스 반찬통, ‘바트’였습니다. 책상 한가운데에 홈을 만들어 바트를 끼우고 연필, 줄자, 메모지 등 사무용품을 넣고 꺼내 쓰거나, 화분처럼 식물을 키우거나 간식을 담는 용기로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바트는 규격품이라 활용도도 높으며, 개인물품을 담아두다가 자리를 이동할 때도 바트만 챙겨 옮길 수 있기에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끼웠다 빼며 사용할 수 있는 원형 바트
책상 사이에서도 사각형의 바트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규격화된 투명한 바트의 장점은 한눈에 물건의 위치와 종류를 파악할수있는것이다.
기능과 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투래빗이즘Two Rabbitism
TRU 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에서 찾아볼 수 있던 공통된 접근 방식은 바로 사람과 땅의 조합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키워드일 수도 있지만, ‘쓰는 사람’과 ‘땅의 특징’을 찾아 어떻게 하면 재해석을 시킬 수 있을지 연구하며 강한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사무소의 알고리즘을 한번 따라가볼까요?
휴식을 위한 집은 살림을 위한 집과 무엇이 달라야 할까요? 부곡프라이데이 부곡 프라이데이는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가족을 위해 지은 주말 주택입니다. 클라이언트의 본가는 부곡프라이데이에서 30분정도 걸리는 가까운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TRU는 온전한 전원주택보다는 작은 크기의 주택을 짓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집의 ‘한 조각’만 지어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주방이 중심이 되는 주택이 탄생하며, 술과 음악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쓰는 주방공간은 왼쪽 면에 빼곡한 책장의 책들이, 오른쪽 면에는 술이 진열된 모습으로 탄생했습니다. 주방이 집의 중심이 되는 만큼, 요리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시선이 마주칠 수 있는 주방이 되었음 하는 바람으로 식탁을 기준으로 공간을 나누어 식사 공간의 바닥 높이를 30cm 높이며 자연스러운 눈맞춤이 일어나는 주방이 만들어졌습니다.
부곡프라이데이의 여러 다이어그램들
땅은 남쪽으로는 북한산의 전경이 펼쳐지고 높은 절벽 위에 있기에 시야를 가리는 건물도 없습니다. 이 땅에서 건축가가 할 일은 경치를 보기에 적합한 공간과 좋은 비례의 창문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남쪽의 풍경을 살리기 위해 북쪽에 마당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남향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남향으로 창을 내면 직사광선 때문에 눈이 부셔 커튼을 쳐 놓고 생활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TRU는 풍경을 잘보기 위한 덧지붕을 생각해 내어, 직사광선이 없어지고 반사광선이 실내 안쪽까지 들어오는 공간을 탄생시켰습니다.
Q&A - 사무실에서 화이트보드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 핀업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각 책상에 클립보드가 있어서 궁금한 점이나 의논할 것이 생기면 책상을 찾아가서 클립보드를 두고 회의가 열립니다. 회의실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바로 일을 처리할수 있고, 소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죠.
Q&A -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건축가의 임무가 무엇이냐와도 관련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건축가의 임무는 행동과 감정의 증폭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에 이런 장치가 있다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디자인은 행동을 유발하는 발화점이 되는 것이죠. 쉬운 예시로 맥주잔이라면 맥주를 마시고 싶지 않다가도 잔만 보면 마시고 싶어지는 디자인이라던가, 저절로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공간, 대화를 2시간 넘도록 쉬지 않고 할 수 있는 공간 말이죠. 어떤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원하게 되는 것처럼, 그런 발화되는 경험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행동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은 공간을 만드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