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건축가 조남호가 이끄는 솔토지빈은 목구조와 현대적 공법을 접목해 다양한 건축을 선보이는 곳입니다. 1995년 시작해 줄곧 목조건축 작업을 선보이며, 단독주택부터 모듈화된 공동주택, 공공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토지빈’은 시경 북산지계편에 있는 말로 ‘온누리’라는 의미입니다. 건축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건축이 자연의 일부가 되기도 하며 자연을 닮은 인간 중심의 환경을 창출하는 것이 솔토지빈이 추구하는 바라고 합니다.
목조건축에 발을 들이다
나무를 이용한 건축으로 널리 이름이 나 있는 솔토지빈. 솔토지빈이 이렇게 건축 전반에 나무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습니다. 사무소를 운영하던 중 닥쳐온 외환위기. 일거리가 줄어들어 직원의 절반 정도를 감원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보다 다 함께 고통을 분담하며 그대로 규모를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담당 프로젝트가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가지 스터디들을 단체로 해 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 과정에서 했던 목조에 대한 연구가 지금의 솔토지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구축과 힘의 원리
솔토지빈이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목조에서 찾는 구축의 원리입니다. 한국의 전통가옥 중 너와집은 굉장히 약한 나무 부재들로 이루어지지만, 결국에는 그것들이 함께 자연에 대응하며 하나의 집으로 완성됩니다. 이처럼 자연에서 힘의 원리를 찾아 가며, 근대 건축 이후 콘크리트와 방수 등을 통해 견고해져 가는 것들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고 합니다. 짜맞추고 끼워 맞추기보단 콘크리트처럼 재료들을 다루는 방식들이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솔토지빈은 선의 집합채로서 목조가 결부되는 방식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역사의 선례로부터 지혜를 얻고, 현대의 다양한 양상을 접목해 새로운 건축 유형을 만들어 가는 조직을 지향하며, 구성원 각자의 고유성을 존중해 나가는 솔토지빈. 솔토지빈은 고유성보다도 보편성의 기반을 찾아 건축의 근원을 꾸준히 탐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무소의 철학뿐만 아니라 학생으로서 배우는 건축과 다양한 시도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한 질문을 건축가의 경험을 통해 조언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그 질문들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Q&A - 4학년 학생으로서, 건축을 하며 건축을 문제해결의 태도로 대해야 할까요, 내가 구축한 나만의 생각을 클라이언트에게 설득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설계를 하다 보면 항상 무언가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학교에서 교수님이 설계를 지적하면 우리가 충분한 명분으로 만들지를 못했으니까 항상 부족하고, 죄의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그런 상황은 실무에 나와서도, 저처럼 독립해서 사무실을 운영해도 똑같아요. 현장에 가면 설계가 제대로 구현이 안 된 부분도 있고, 건축주가 그걸 알아차리는 것 같고. 이렇게 되면 계속 이런 것에 시달리잖아요. 그런데 그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뭔가 열심히 한 것, 우리가 그냥 한 것으로 충분하지 우리가 이 건축을 통해서 완전한 세계를 이루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교에서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말하는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결과물이 불일치해도 만드려고 했던 게 무엇이다를 분명히 말하면서 덜 해 간 것에 대해 미안함 혹은 죄의식을 안 가졌음 해요.
저는 교수님이 뭐라고 하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랬어요. 왜냐하면 선생이라는 존재는 가르쳐주는 사람이에요. 그럴 의무가 있는 사람이죠. 그런데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자꾸 설득해야 하는 거에요. 그렇다면 교수님은 어떻게 답할까요? 교수는 다양한 선례들을 이미 폭넓게 알고 있는 사람이고, 저는 아는 게 많지 않는 사람이죠. 그렇다면 교수님이 너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려면 그걸 증명해야 하잖아요. 선례를 알려주고 건축의 전체적인 영역에서 어떤 것에 너의 고민이 해당되고. 그래서 그런 것들을 내가 인식할 수 있어야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저는 교수님을 쫓아가자라는 원칙으로 설계를 했던 것 같아요. 논리적인 사람은 논리적인 것으로 대응하고, 나도 그렇게 준비해가려고 애쓰고. 그게 잘 안 맞는다 하더라도 그래야 배움은 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결국은 그 때 필요로 했던, 배워야 했던 것들을 대부분 갖추어야 하죠. 그랬을 때 이제 독립적인 자리를 맡을 수 있는 거니까. 우리 사무실 사람들과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이 사람들에게 맞추어야 하고, 우리는 혼자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다 끌어안고 혼자 일하려는 사람은 바보에요. 저는 항상 원하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죄의식이나 이런 걸 갖지 말고, 충분히 밤 샜잖아요? 그걸로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당장 결과물이 허접하더라도 당당하게 나는 이런 의도로 했다 말 하고, 좋은 조언을 부탁하기. 심지어는 그려주세요, 당신이 원하는 방식이 있다면 여기 스케치 좀 해주세요.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로 조금 그냥 당당하게 했으면 해요.
Q&A - 설계 프로젝트에서 목조 건축을 염두에 두고 하며 주류보다 비주류에 속해 오며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