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리스 건축
네임리스 건축은 2010년 개소한 아이디어 기반의 설계사무소입니다. 예측불허한 세상 속에 단순함의 구축을 통해 이 시대의 건축과 도시 그리고 문화적 사회현상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주거시설, 문화시설, 교육시설, 업무시설, 종교시설 등 사람들이 점유하고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단단한 건축 유형을 만드는 동시에 공공예술과 파빌리온 등 문화예술영역과의 협력을 통해 건축의 유동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근본에 대한 고민
작업을 진행할 때 개별 작업에서 프로그램의 문제, 재료의 문제, 컨텍스트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추출할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이 사실은 어떤 ‘질문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생각, 해보셨나요? 네임리스 건축은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늘 즐겨서 하는 고민의 키워드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첫번째는 ‘근본’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든 산다라는 행위, 그 다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어떤 공간이 마련되는 근원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한다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대표 프로젝트인 ‘삼각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삼각학교는 교육의 장소가 지녀야 할 근본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학교로, 감시와 통제가 용이한 일자형 복도와 한쪽으로 교실이 늘어선 형무소와 같은 공간은 교육의 근본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셨다고 합니다. 열린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닫힌 공간 안에 머무는 장소성을 어떻게 타개할까라는 물음을 끝없이 던진 끝에 지금과 같은 틀어진 중정을 지닌 삼각형의 건물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건축은 유동한다
네임리스 건축은 건축의 가치에서 유동성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 왔습니다. 건축이라는 공간의 경험은 늘 유동한다는 관점을 계속 고민하려고 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는데요. 다시 말하면 공감각, 즉 시각 너머의 다양한 감각들을 어떻게 공간 속에서 다채로운 경험으로 녹여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시적인 경험들을 발전시키는 것 또한 네임리스 건축의 주요한 관심사라고 전했습니다.
이 유동의 관점은 비단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에도 적용됩니다. 네임리스 건축은 콘크리트를 유동적인 돌로 바라본다고 이야기합니다. 콘크리트는 우리가 원하는 어떠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거푸집을 만들고, 그 안에 부어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돌이라고요. 그래서 콘크리트를 바라볼 때 건축의 한 재료로서가 아니라 유동적인 돌이자 현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를 늘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선례를 만드는 발자취
네임리스 건축의 실험적인 발자취는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삼각학교를 설계할 당시 심의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삼각형 평면에 대한 인허가 기관의 부정적인 반응이 삼각학교가 세상에 나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합니다. 평면을 보자마자 첫 마디로 삼각형이 싫다고 하셨던 분도, 말도 안 되는 평면을 가지고 왔다며 타박하신 분도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선례를 가져와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선례가 있느냐. 선례가 있으면 갖고 와 보아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네임리스 건축은 어떻게든 완공을 해서 선례를 남기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과 격렬히 싸워서 완공을 해내면, 그래서 선례를 남기면 그것이 바로 학교의 다양성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요. 실제로 삼각학교는 현재 미래의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학교입니다. 기존의 틀과 맞서 싸워 선례를 남긴 네임리스 건축의 발자취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_엮는이 형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