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다녀온 지 약 3주가 지났다. 꽤나 급작스럽게 떠났던 이번 여행은 계획적이라기 보다는 막무가내로, 무계획적이라기 보다는 철저하게 진행됐다. 여행에선 낯설고 흥미로운 것들을 일상보다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무계획성은 예상치 못한 재미있는 요소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들 역시 나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해주었다. 거리마다 놓여진 다양한 맥락들은 외부인인 나의 궁금증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개중에는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도 있고, 해결한 것도 있다. 오늘은 독자 여러분과 인상깊었던 건축적 광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때 나의 머릿 속을 지배했던 다양한 질문과 추측에 대해 가볍게 잡담하듯이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도착한 날 타이베이 스린 역의 풍경. 골목마다 상점들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여행 2일차에 방문한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의 중정기념당. 장제스를 기념하기 위해 1980년도에 건립되었다. 실제로 보면 그 크기가 실로 거대하다. 근현대에 이정도로 큰 전통 건축물을 짓는다는 게 꽤 특이하게 느껴졌다.

거대한 기념관이지만 숙연하다거나 엄숙한 분위기는 아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예술의 전당인 국가희극원과 국가음악청이 함께 자리하고 있고, 자유롭게 광장에서 공연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중정기념관 건물 자체보다 내 시선을 끌었던 것은 기념당 옆 공원을 둘러싼 담장 겸 통로다. 기하학적인 타일과 고풍스러운 문양으로 완성되어 현대와 중세의 미가 동시에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