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담재 위치: 서울시 종로구 낙산길 202-15 설계 : 천장환, 아이건축 용도: 제1종 근린생활시설 주요 구조 : 철근콘크리트, 철골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서울여담재
서울여담재는 오래된 절을 리노베이션한 건물로, 현재 여성역사 공유공간과 어린이 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독특한 점은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천장환 건축가가 선뜻 무료로 설계를 진행한 공공건축이라는 것입니다. 시공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민해낸 참신한 아이디어들과 건축가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었던 상황이 만나 멋있는 건물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여담재는 크게 두 개의 건물이 연결되어 있는데요, 절을 리노베이션한 건물은 2층, 새롭게 지은 건물은 1층으로 전체적으로는 3층처럼 보이는 건축물입니다. 기존에 있던 절의 기와지붕, 목재 기둥과 대들보를 최대한 보존하고자 한 결과 큰 틀은 한옥이지만 벽은 통 유리창으로 되어있는 독특한 형태의 건물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공공건축인 만큼, 불교 문양을 지우는 등 종교색을 최대한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건물 내부에는 설계 당시 어린이 도서관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생각에, 거북바위 모양을 모티브로 하여 나무와 아크릴판으로 된 큰 책장을 직접 디자인하여 배치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책장은 조명이 비치는 밤에 알록달록한 빛깔을 내며 건물의 가장 큰 특색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작은 요소까지 허투루 버리지 않다
리노베이션 설계는 어느 정도 기존의 공간이 이끄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담재의 설계 과정을 들으며 기존의 흔적들을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고 해결하는가에 따라 오히려 생각지 못한 재밌는 요소들이 생겨날 수도 있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요소는 크게 3가지가 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공사를 하다가 남은 기와의 활용이었습니다. 기와 일부는 계단 벽에 장식으로 붙여 현대적 건물과 한옥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었고, 일부는 벽으로 쌓아올려 기계시설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두 번째는 기존에 있던 절의 지하를 파내면서 드러난 콘크리트 구조를 잘라버리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절에 있던, 어찌 보면 촌스러울 수 있는 인공 바위를 없애지 않고 전에 있었던 건물의 추억으로써 여담재와 융화될 수 있도록 조경 요소로 활용했습니다. 작은 요소들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끝까지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건물이었습니다.
천장환 건축가는 여담재가 가장 예쁠 날에 온 것이 참 행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대로 노란 단풍이 들어 건물 안팎이 알록달록 따뜻한 색감으로 참 아름다웠습니다. 조용한 동네에 위치해 있었고 바로 옆에는 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건축가의 말에 묻어나는 건물에 대한 애정에서 설계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었을지가 잘 느껴졌습니다. 심지어는 무료로 설계를 진행한, 누가 봐도 멋있는 공공건축이었고 책에서만 봤던, 이상적인 건축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건축이 이럴 수는 없겠지만, 한 번이라도 이런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경험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_엮는이 이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