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따라 주택들이 늘어선 한적한 마을, 고기동.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길 끝에 다다를 때쯤이면 나무 패널을 붙인 2층의 작은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얼핏 보면 갤러리인지 주택인지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 바로 대안학교 ‘수지꿈학교’입니다. 광교산 자락에 자리잡아 외부로 활짝 열린 공간이 매력적인 수지꿈학교의 오픈하우스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오즈앤엔즈 건축사무소

오즈앤엔즈는 건축 기반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2012년 설치되어 고정된 물리적 환경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프로그램 사이에서 건축의 한계를 유연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오즈앤엔즈는 도시와 건축, 공간과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관계를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정의하고, 그 사이 고유의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건축적 아이디어를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가구, 조명, 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즈앤엔즈는 학생들의 학업만이 아닌 공동체의 생활공간, 지역사회와 자연에게 열린 새로운 공간으로서 대안학교 수지꿈학교를 탄생시켰습니다.

대안학교의 특수성이 엿보이는 평면 구성

수지꿈학교는 일반학교가 아닌 대안학교로 분류됩니다. 초등 6년, 중등 3년의 과정을 진행하지만 교실은 초등 5개반과 중등 2개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대안학교이기에 가능했던 실 구성으로,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을 통합해서 수업하는 등 학년을 통합해서 운영하는 반이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통합하는 학년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며 중등에 3개반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하면 다목적 공간을 교실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각 실의 역할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학교의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함께 유동적으로 움직입니다. 또한 실 내부에도 이동하는 벽을 설치하여 공간의 규모가 자유자재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수지꿈학교의 평면은 일반학교가 아니기에 가능한 특수성을 담고 있습니다.

무빙월이 설치된 다목적 교실

무빙월이 설치된 다목적 교실

열악한 조건을 해결한 외부 동선

이 건물은 학생 80명을 비롯하여 선생님과 종종 방문하시는 학부모까지 대략 100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땅의 규모는 150평 남짓으로 학생들만 고려하더라도 80명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해야 하는 대안학교의 특성상 각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공간들이 필요했는데, 그 모든 공간들을 평면 상에 담기엔 더욱 공간이 부족해지는 실정이었습니다. 수지꿈학교는 모든 동선을 과감하게 외부로 빼는 방식으로 열악한 조건을 타개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교실로 이동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중앙의 마당으로 나와야 합니다. 내부로 연결되지 않고 외부를 통해야만 하는 동선이 불편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모두가 함께하는 공공 공간을 오가는 것이 오히려 학교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다는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외부로 이어지는 동선

외부로 이어지는 동선

개방적인 교실

일반적인 학교의 교실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교사에게 집중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외부로의 시선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 수준의 통제 하에 아이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지꿈학교는 자유로운 교육을 지향하는 대안학교입니다. 정해진 시간표가 있지만 꼭 따를 필요도 없고, 교실 안에서만 수업이 진행되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도 자유롭게 중앙의 마당을 오가며 다른 아이들과 소통합니다. 창 밖으로 접하는 자연은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합니다.

사방으로 열린 교실

사방으로 열린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