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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주택들이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길의 끝자락에서 마주하게 되는 곳에 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에스아이는 주택에 특화되었다는 평을 받는 설계사무소입니다.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사무소에서는 에스아이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모든 요소가 명료하고 짜임새 있게 작동하는 공간에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에스아이의 작업에 담긴 생각과 철학을 함께 살펴보실까요?

Simple, Identity, and Emotion

에스아이(SIE)는 Simple, Identity, Emotion의 첫글자를 따 만들어졌습니다. 각 단어는 공간을 대하는 에스아이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공간은 간결해야 한다는 의미의 Simple, 그럼에도 단순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Identity, 그리고 공간을 경험하시는 분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마음을 담은 Emotion이 합쳐져 에스아이가 탄생했습니다.

에스아이는 기본적인 조형 범위를 가장 중요시합니다. 배치를 다루고, 매스나 공간을 잡고, 이를 통해 어떠한 공간을 탄생시키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비례라고 강조했는데, 비례는 공간을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가장 감각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Identity라고 이야기했을 때 사무소의 정체성을 담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땅과 그 안에서 살게 될 사람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땅이 가진 힘과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섞이면 그것이 곧 에스아이의 정체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수진 건축가는 장소는 이때까지 있었던 것, 그리고 앞으로 있을 어떤 모든 것들을 함축하고 그 위에 시간이 응집되며 자연스레 사람과 함께 변해가고 나이들어가는 것이며, 우리는 장소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생각을 주거 공간에 대입해 이야기해보자면, 집은 지어질 때까지는 그저 하나의 건물일 뿐이다 그 안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하루로 태어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수의 주택 작업을 진행해 온 발자취 속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매일매일 감동을 받았으면 하는 에스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만 감동을 주는 건 의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우연성에 기반한 것이며 그렇기에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주택을 설계하실 때 이 장소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을 의도하시지만, 건축주 분들께서 감동을 느끼시는 부분은 의외의 부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우연성에서 함께 감동을 느끼시기도 한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1_손으로 설계하기

정수진 건축가는 대학에서 교수직을 겸임하며 학생들이 점점 컴퓨터 작업에만 익숙해져 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컴퓨터 작업은 스케일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숙련이 되기 전까지는 직접 손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요. 그림으로 보는 것과 도면으로 보는 것, 실제로 모형을 만들어서 보는 것, 그리고 실제로 지어진 집까지의 차이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학생 단계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또 처음부터 완결된 공간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다양한 스터디 모형을 만들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디테일한 모형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손으로 찢어서 이리저리 접어서 조합해 보고, 개념을 만들어 보고 하는 과정들이 설계 개념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2_여행 다니기

건축 아이디어나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어디서 받으시는지에 대한 질문에 곧바로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며, 틈틈이 시간을 내서 여행을 다니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가 필요한 순간 튀어나온다고요. 설계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대지에 방문했을 때 어떤 대지던 간에 그곳에서 설계를 끝내고 오는 게 가장 잘 나오는데, 보통 땅을 보는 순간 즉흥적인 그림이 다 완성된다고 합니다. 즉흥적이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여행을 다니며 봐두었던 것들 중에서 그 대지와 가장 잘 맞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며, 여행을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느낄 것을 강조했습니다.